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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 민주주의와 정당 정치의 과제
2023.10.10 19:27 입력
동대문신문
한국의 민주화 과정은 학생과 지식인이 주도하며 불안정하고 간헐적, 순환적 운동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 이후 사회 운동과 함께 시민사회가 출현했고 1987년 6월 항쟁이후 민주화의 결과는 신자유주의적 민주주의로 귀착됐다. 민주화 운동 경험이 있는 집권층이 출현했으나 시민사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하지 못했고 양극화는 더욱 강화됐다. 한국 정당구조는 노동과 서민을 배제한 보수양당제와 지역감정 등에 기인한 지역정당으로 정착됐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와 정당체제는 한국 민주주의의 성취를 위태롭게 하는 취약한 구조이다.
정치는 사회와 공동체의 갈등을 동원하고 관리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갈등을 정의하고 그에 대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정당이다. 정당들이 제시하는 대안들 간의 경쟁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정부를 구성한다. 정당은 현대정치의 독립 변수이며 현대판 군주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당과 대리인들이 한국 사회의 실질적인 민주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중요한 공적 사안에 대해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첫째, 좋은 일자리 부족과 중산층 붕괴, 이에 따른 양극화 심화이다. 이는 직업 간 과도한 보상의 차이와 비정규직 과다에서 기인한다. 둘째, 정치·사회 지도자와 정부 기관, 언론, 지식인들의 거짓말, 정보 왜곡, 자의적 보도 등에 따른 사회 전체의 신뢰 훼손과 신뢰 부족의 해소이다. 셋째, 비싼 임대료와 집값, 교육비 등으로 대표되는 소득 대비 높은 비용 구조를 해소하는 문제이다. 넷째, 정부 정책의 불투명성과 자의성을 해소할 제도 개선과 관료 개혁이다. 다섯째, 조세제도와 복지제도의 미비와 부족 등을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민주주의는 늘 유능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이유로 민주주의는 위태롭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장기집권과 자의적이고 폭력적인 권력행사,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등의 모습만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선거를 통한 합법적인 집권층이 정해진 임기 내에 얼마든지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공통적인 징후는 주로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집권 세력이 헌법을 부정하고 위반할 뜻을 드러내고 정치 경쟁자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확정되지 않은 법률 위반 가능성을 문제 삼아 상대 정당이나 정적을 정치 무대에서 끌어내리고자 한다. 지지자들의 폭력 행사에 동조하며 상대 정당이나 비판적인 시민단체, 언론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협박한다. 다양한 의사 표현과 비판적인 활동에 대한 비난과 집회 금지 등 자유권을 억압하는 정책을 지지한다. 트럼프 집권 시기에 주로 볼 수 있었던 이러한 현상이 어느 먼 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제 곧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민주주의 역행의 징후를 바로잡고 민주주의를 진전시킬 힘은 여전히 자율적이고 비판적인 시민과 그들의 조직된 힘이다.
맹진영 前 서울시의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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