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紀 2566年 부처님 오신날 奉祝
이전 / 다음
오늘은 2566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모든 중생을 온갖 고뇌와 아픔으로부터 구제하기 위해 이 땅에 강림하신 날입니다.
불교 경전에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세 가지 재앙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것은 전염병과 기근과 전쟁입니다. 현재 온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고통을 겪고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자칫 세계 제3차대전으로 확장될지도 모른다는 무시무시한 공포를 조장하고 있으며,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심각한 경제난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실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온 세상을 고통의 늪으로 밀어 넣는 세 가지 재앙이 한꺼번에 닥친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우리가 겪는 고난과 번민이 어디 이 세 가지 큰 재앙뿐이겠습니까?
뜻밖의 병에 걸려 남은 삶이 경각에 달하거나, 뜻밖의 사건이 벌어져 큰 경제적 손실을 보거나, 뜻밖의 불화로 소중한 인간관계가 파탄이 나거나, 가정과 직장생활에서 겪는 갖가지 스트레스와 불안 등등의 소소한 재앙까지 더한다면 삶의 현장에서 겪는 아픔의 종류와 수량은 실로 한량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을 사바세계라고 하는가 봅니다. 하지만 가만히 돌이켜보면, 반갑지 않은 손님처럼 불쑥불쑥 찾아드는 뜻밖의 재앙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유마경'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무위의 열반에 든 사람은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네 마치 높은 산 가파른 언덕에는 연꽃이 자라지 않는 것처럼. 번뇌의 구렁텅이에서 아우성치는 중생이라야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네 마치 낮은 웅덩이 더러운 진흙밭에서 연꽃이 잘 자라는 것처럼. 허공에 씨를 뿌리면 싹이 틀 수 없나니달콤한 과일과 곡식, 향기로운 꽃들이 무성한 땅은 모두 더럽고 냄새나는 똥오줌으로 비옥해진 땅이라네. 그러니 꼭 알아야 한다네 번뇌가 곧 여래의 씨앗이라는 것을.

중생이 없다면 부처님은 필요 없을 것입니다. 고통과 번민이 없다면 깨달음도 해탈도 필요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이 위대하고, 깨달음과 해탈이 찬란한 빛을 발하고, 세상 모든 중생이 존재하는 까닭은 어두운 밤길을 헤매는 우리 중생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낮은 웅덩이와 같습니다. 온갖 번뇌와 슬픔과 분노를 짊어지고 이곳으로 흘러든 우리도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한 송이 연꽃을 피웁시다.
세월의 강물 앞에서 사랑하는 이의 손을 놓으며 흘린 눈물을 거름으로 삼아 찰나의 인연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를 깨닫고 깊은 상처를 남긴 이에게 품었던 분노를 거름으로 삼아 인욕이 얼마나 튼튼한 갑옷이고 용서가 얼마나 좋은 치료제인지를 깨닫고 뜻대로 되지 않는 답답한 세상사에 분통이 터졌던 마음을 거름으로 삼아 우리의 욕심이 얼마나 허술하고 터무니없는 것이었는지를 깨닫고 너보다 잘난 나가 되기 위해 발버둥 쳤던 교만한 마음을 거름으로 삼아 너나 나나 인연의 강물 위를 떠도는 작은 물거품에 불과함을 깨달읍시다.
그렇게 번뇌와 고통을 밑거름 삼아 깨달음의 연꽃을 활짝 피우고 나의 가족과 나의 이웃들에게 그 향기를 전합니다. 욕심내지 않는 자의 따듯한 손길을 보여주고, 분노하지 않는 자의 온화한 눈빛과 부드러운 언행을 보여주고, 사실을 사실 그대로 깨달은 자의 평온한 마음을 보여줍시다. 이렇게 한다면 부처님께서 2600여 년 전에 이 거친 사바세계로 찾아오신 일도 헛걸음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5월이라 온 산이 푸르고 꽃내음이 만방에 가득합니다. 인연있는 모든 분들의 평온한 삶의 향기가 더욱 짙어지기를 기원합니다.

불기 2566年 4月 8日
천장산 연화사 주지 장명 합장
 
  자치행정 | 교육 | 경제 | 사회 | 문화 | 정치 | 지역 | 단체 | 인물 | 사설 | 기획 | 기고 | HOME
서울시 동대문구 천호대로 126(용두동) 대원빌딩 5층 | 전화 02-957-0114(代) | 팩스 02-959-1183
Copyright 2003 동대문신문. All right reserved. Contact us : hub@dd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