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 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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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시대상황을 욱 하는 세태라고 한다. 걸핏하면 둑이 터져서 전탑을 휩쓸던 과거의 물난리처럼 도무지 억제되지 않는 감정 때문에 주변에 무서운 사람들 뿐이라는 자괴와 한탄이 난무하는 시대다.
사람의 감정이 물을 닮았다고들 한다.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맑고 고요하기 그지없다가도 격랑(激浪)이나 노도(怒濤)가 되는 것이 물이다. 가뭄이 들면 바닥까지 잦아들었다가도 홍수가 나면 강둑이 아슬아슬하도록 넘쳐 온 동네 사람들이 잠을 이룰 수 없도록 불안하게 하는 것이 물이다.
사람에게도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느끼고 표현할 줄 아는 감정이 있어서 때로는 땅을 치는 후회도 있고, 날아 오를듯한 감격도 있으며, 폭풍도 있고, 동정의 눈물이 있으며, 가슴 뜨거운 사랑도 있어서 사는 맛이 나게 한다. 물이 그러하듯이 사람에게도 이런 감정이 있다는 것이 더 없이 고마운 것이지만 때로는 그 감정이 넘쳐 제 몸을 상하고 남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시조사 전정권 님의 글에서 발췌)
작금의 우리 사회는 동정, 눈물, 배려, 용서, 사랑은 가뭄에 증발했고, 원한, 분노, 증오, 갈등만이 장마철의 격랑이 되어 대한민국의 둑을 무너뜨릴 기세다. 다름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 진영 논리만 가득한 가운데 네 편, 내 편 갈리어져 서로가 적대시 하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다. 확증편향증이란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한과 정이 많은 DNA를 타고 났다. 그러다보니 매사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선다. 또한 감성적으로 입력된 선입관을 고수하는 경향이 다분하다. 서구 특히 유럽에서는 어릴 적부터 감성은 필히 이성의 지배와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교육한다.
2017년 6월 14일, 72명의 목숨을 앗아간 런던의 공공 임대아파트인 그렌펠타워 화재 조사위가 금년 10월 30일 1차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한다. 보고서는 철저하게 화재 원인과 방재 및 소방구조 시스템의 문제를 파고들었다고 한다. 책임자 규명과 처벌 등 인적 책임은 1단계 조사에서는 빠졌다. 2단계 조사까지 모두 완료된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조사과정에서 여야정쟁이 벌어졌거나 책임자 처벌 요구가 분출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유족들은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슬픔을 억누르고 차분히 기다린다고 한다. 우리들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특히 대한민국의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이 참고하여야할 덕목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진실보다는 우리 편이 중요하다는 진영논리를 앞세우기에 어떤 사안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이 힘들어진다. 자기가 속한 진영논리에 맞으면 진위를 확인할 생각 자체를 안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자기 진영의 이익을 위해서는 사회적 고정관념과 편견에 호소하면서 진영논리라는 이분법으로 네 편, 내 편을 갈라놓고 아전인수식으로 주입하며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기는커녕 내로남불로 국민들을 호도하며 증폭시킨다.
과거에는 상대방이 아무리 미워도 금도(襟度)라는 것이 있어 품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막가파다. 우리 정치인들은 액셀러레이터 밟는 것은 배웠으나 절제라는 브레이크 밟는 것은 못 배운 것 같다. 공생과 타협보다는 상대를 타도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야를 막론하고 한 번 재미 본 일이라 멈추고 그치지 못해 나라를 어지럽힌 것이 적지 않다. 자고로 큰 지혜는 멈춤을 알고 작은 지식은 계략을 안다고 했다. 예로부터 멈춤과 멈추지 않는 사이가 성공과 실패의 분수령이자 큰일을 이루는 자와 용렬한 자의 경계라 했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에게 민초들이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갈등과 분열은 이젠 멈추자.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내년 4월의 헛된 유혹과 욕망에서 과감히 벗어나 진정 국가의 이익과 국민행복이 무엇인지 기본부터 다시 다지기를 희구한다. 우리 민초들도 이제부터는 감성에 휘둘리지 말고 이성적으로 차분히 판단하며 감언이설에 현혹되지 말고 국리민복을 제대로 터득한 머슴을 선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유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시민으로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서로 공생하며 정의, 공정, 평등이 제대로 안착될 수 있도록 사소한 원한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서로가 서로를 용서하자. 원한이란, 버리지 않으면 자기 몸을 끊임없이 할퀴고 상처 내는 가시나 비수(匕首)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뼛속까지 아주 깊이 뿌리를 박고 자신을 파괴하는 심근성(深根性) 독초이다. 가슴에 묻어두면 고통을 주는 상처일 뿐이지만, 잊고 버리면 자유를 누릴 수 있고 나도 베푸는 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용서다.
국가나 가정이나 서로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고 나설 때 평화와 공존, 행복이 제 발로 오는 것이리라 확신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진리를 우리 모두가 다시금 되새기길 소망한다.
아! 아! 대한민국, 영원하리라~

신상균
(동대문구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前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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